미묘(Mimyo)의 “플로팅 원즈(Floating Ones)” EP
파리와 서울을 오가는 일렉 트로닉 뮤지션으로서 다양한 작업을 통해 국내 인디씬과의 접촉을 이어가던 Mimyo의 2년 만의 작업물입니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는 일렉 트로닉 뮤지션으로서 다양한 작업을 통해 국내 인디씬과의 접촉을 이어가던 Mimyo의 2년 만의 작업물입니다.
긴 여름해가 질 무렵의 환상곡
섬세하고 디테일한 사운드 디자인과 텍스춰로 빚어낸 내밀한 고백 같은 음반이다. 프랑스의 긴 여름 해가 질 무렵에 느끼는 비현실감 같은 환상의 공간이 8 곡의 트랙에 걸쳐 반짝거린다. 차마 전할 수 없 는 숨겨진 말들과 깊은 마음 속을 떠다니는 기억에 관한 “플로팅 원즈(Floating Ones)”는, 결코 과장 되지 않는 절제된 서정을 통해 복잡미묘하고 모순적인 마음을 세련되게 묘사한다. 때론 과격한 신디 사이저의 모듈레이션이 아련한 딜레이 사운드와 함께 어우러져 인간적으로 다가오며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다.
다채로운 매력의 참여진
여기에 안개 같은 목소리의 싱어 송라이터 빅베이비드라이버, 사랑스러운 카리스마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배우 김꽃비, 트램폴린의 프로듀서 은천, 국내 아방팝의 큰 획인 모임 별, 데뷔 앨범을 준비 중인 싱어 송라이터 무코 등의 참여로 더욱 다채로운 매력을 더한다.
전하지 못했던 말을 하는 모습을 모집 받아 완성된 수록곡 “Left Words (feat. Big Baby Driver)”의 뮤직비디오도, 안타깝고 아련한 음악과 결합된 은밀한 긴장감과 유튜브 시대의 초상을 담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Left Words (feat. Big Baby Driver) 뮤직비디오 :
Mimyo - Left Words (feat. Big Baby Driver) from mimyo on Vimeo.
어딘가에 부유하는 기억과 소리.
글 함영준
미묘의 새 EP “Floating Ones”은 총 6 개의 트랙과 두 개의 리믹스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입니다. 미묘는 아티스트 김미주와 함께 작업한 “Le Devenir”,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바 있는 Lu Sheng의 “Here, There”의 사운드트랙, 2011년 보아 BoA의 트리뷰트 프로젝트, 그리고 트램폴린 Trampauline 의 앨범에 리믹스로 참여하는 등 일렉트로닉 팬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이름이긴 하지만, 개인 작업으 로서는 이번 앨범이 첫 결과물이 되는 셈입니다. 그렇기에 이 앨범에 이르러서야 미묘는 본격적으로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이 앨범은 가급적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감상하길 권하는데, 앨범 전체의 맥락을 미리 정해두고 전 체적인 흐름을 염두에 두며 각각의 곡을 조합하는 특유의 작업 방식 때문입니다. 즉, 앨범에 수록된 여섯 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제 자리에서 역할하게끔 면밀하게 짜여진 채로 곡이 쓰여지고, 믹싱 되었다는 말이지요. Pet Shop Boys 의 가사에서 제목을 따 온 첫 트랙, ‘The Way I Like to Picture You’ 이 지난 여러 작업보다 좀 더 미니멀하고 거친 소리를 들려주며 이 앨범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Left Words’는 마치 가라앉은 기억을 부드럽게 환기시키듯, 앨범 전체의 중심을 잡 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 트랙이 각자 제 위치에서 ‘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재미를 선보이다가, 마지막 트랙인 ‘Synth Pop’에 이르면, ‘pop’의 방법론을 통해 앞의 다섯 트랙을 통해 쌓아올린 것들을 훅 하고 공중에 날려버리게 됩니다.
25 분에 달하는 이 한 편의 밀도있는 드라마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주로 기억과 기록에 대한 메타포입니다. 차마 내뱉지 못했던 말들이 어느 가상의 도서관에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공상을 소재로 한 ‘Left Words’를 중심으로 ‘The Way I Like to Picture You’와 ‘Snapshots’에서는 기록이라는 방법으로 남겨진 기억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이어지는 트랙에서는 ‘이상화된 기억 Idealized Memories’과 ‘고백할 수 없는 Inavouable’것 사이의 간극에 대해 풀어놓습니다. 그렇게 기억이라는 희미한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것들 Floating Ones’을 일련의 순서로 붙들어 놓아 마치 한 편의 개인적인 사운드트랙을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일렉트로닉 팝음악의 최신 경향이 점점 자극적인 소리를 만들며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도록 흘러가고 있다면, 이 앨범은 그것과는 조금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2000년대 초중반에 자주 들을 수 있었던 앰비언트와 IDM 계열의 전자음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미묘는 계속 해서 일렉트로-어쿠스틱의 지적인 미니멀함을 조심스럽게 가져오거나, 딜레이가 아닌 방식으로 소리를 중첩시켜보려고 하는 시도를 계속하면서 대부분의 ‘느린’ IDM 과는 다른 결과를 꾸준히 유도합니다. 거기에 ‘The Way I Like to Picture You’에서 반복되는 기타 리프를 연주하는 무코와 ‘Left Words’에서 빅베이비드라이버의 부유하는 목소리, 그리고 ‘Synth Pop’에서 장난을 걸듯 툭툭 내뱉는 김꽃비의 목소리를 결합시키며 자신의 결과물 속에 들어오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실험하듯 흥미롭게 바라봅니다.
EP라고 하기에는 조금 길고 정규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짧은 이 결과물은 미묘가 계속해서 기계를 조작하다가 특별한 어느 순간 멈춰버린 것입니다. 그 순간의 기준이 아티스트의 내밀한 기억이더라도, 그가 더 이상 옮기지 못한 소리와 기억은 아마 이 앨범을 듣게 될 리스너들의 도서관에서 천천히 부유하게 될 것입니다. 아스라한 기억에 대한 편안한 자유 연상을 가능하게 하면서, 미묘라는 아티 스트가 현재 파리에서 접하고 있는 순간의 기억을 부드럽게 공유하는, 섬세하고 사려깊은 앨범입니다.
EP라고 하기에는 조금 길고 정규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짧은 이 결과물은 미묘가 계속해서 기계를 조작하다가 특별한 어느 순간 멈춰버린 것입니다. 그 순간의 기준이 아티스트의 내밀한 기억이더라도, 그가 더 이상 옮기지 못한 소리와 기억은 아마 이 앨범을 듣게 될 리스너들의 도서관에서 천천히 부유하게 될 것입니다. 아스라한 기억에 대한 편안한 자유 연상을 가능하게 하면서, 미묘라는 아티 스트가 현재 파리에서 접하고 있는 순간의 기억을 부드럽게 공유하는, 섬세하고 사려깊은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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